필리핀 여행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경험 중 하나는 길거리 음식 탐방입니다. 정통 식당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음식도 훌륭하지만 진짜 필리핀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시장 골목, 버스 정류장, 학교 앞, 해변 산책로 등에 늘어선 포장마차에서 만나는 현지 간식들을 놓치지 마세요. 이러한 음식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현지인의 삶과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접근성도 좋아 배낭여행자, 가족 여행자, 그리고 현지 체험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강력 추천합니다.
다음은 필리핀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대표 길거리 간식 10가지입니다. 각각의 음식은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어 작은 한 입이 여행의 기억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1. 바나나 큐 (Banana Cue)
"사바(Saba)"라는 필리핀 고유 바나나를 사용해 통째로 꼬치에 꿰어 황설탕을 입힌 바삭하게 튀긴 간식입니다. 뜨거운 기름에 설탕이 녹으며 바나나 표면을 코팅해 캐러멜처럼 바삭하고 달콤한 맛을 내죠. 바삭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이 대조를 이루며 입안에서 녹는 느낌이 일품입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좋아하는 대표 간식입니다.
2. 투론 (Turon)
투론은 필리핀식 바나나 스프링롤입니다. 얇은 밀가루 피에 바나나와 설탕을 넣고 단단히 말아 바삭하게 튀기는데, "잭프루트(jackfruit)"를 함께 넣는 경우가 많아 풍미가 훨씬 풍부합니다. 달콤한 과일과 바삭한 식감의 조화가 훌륭하고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할 만큼 든든합니다.
3. 키키암 (Kikiam)
중국에서 유래된 음식이지만 필리핀식 키키암은 길거리 퓨전 스타일로 변형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고기, 생선살, 채소 등을 다져서 밀가루나 두부피에 감싼 후 튀기며, 대부분 꼬치에 꽂혀 판매됩니다. 달콤하고 짭짤한 갈색 소스에 찍어 먹으면 중독성 있는 간식이 되죠. 학교 앞이나 역 근처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4. 피쉬볼 (Fishball)
작은 어묵볼을 기름에 튀긴후 다양한 소스(달콤, 새콤, 매콤)에 찍어 먹는 간식입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양도 적당해서 현지 학생들이 가장 즐겨 찾는 스낵 중 하나입니다. 꼬치로 골라 담고 원하는 소스를 선택하면 되는데, 자유롭게 찍어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5. 이소우 (Isaw)
닭의 내장(창자)을 깨끗이 손질하고 양념한 뒤 숯불에 구워낸 필리핀식 BBQ 꼬치입니다. 겉은 살짝 그을린 바삭함이 있고, 속은 쫄깃하면서 고소한 풍미가 가득합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저녁 무렵 이소우를 하나둘 사서 길거리에서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하죠. 현지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메뉴입니다.
6. 바로 (Balut)
발루트는 부화 직전의 오리알을 찐 음식으로 외국인 여행자에게는 '도전 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외관 때문에 도전정신이 필요하지만, 그 맛은 의외로 고소하고 짭짤한 닭 육수 맛에 가까운 진한 풍미를 자랑합니다. 현지인들은 발루트를 단백질 보충용 건강 간식으로 즐기며, 소금과 식초 또는 고추를 곁들여 먹습니다.
7. 타호 (Taho)
아침이면 골목골목에서 "타호"를 외치는 판매상이 나타나며, 두유 베이스의 따뜻한 디저트를 판매합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순두부 위에 흑설탕 시럽(아르나발)과 타피오카 펄을 얹은 이 간식은 아침식사 대용으로도 사랑받습니다. 여행 중 호텔에서 가볍게 조식 대용으로 먹기에도 좋아요.
8. 할로할로 (Halo-Halo)
할로할로는 "섞다"는 뜻의 타갈로그어에서 유래된 이름처럼, 각종 재료를 얼음과 함께 섞어 먹는 디저트입니다. 젤리, 팥, 과일, 콘플레이크, 아이스크림 등이 층층이 쌓여 있어 다양한 식감과 색다른 조합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더운 필리핀 날씨에는 최고의 갈증 해소 간식입니다.
9. 카망게 (Kamote Cue)
카망게 큐는 고구마를 큼직하게 썰어 설탕과 함께 튀긴 음식입니다. 바삭하면서도 속은 푹 익어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인상적입니다. 바나나 큐와 함께 가장 인기 있는 간식 중 하나이며, 간식과 식사를 겸한 메뉴로도 좋습니다. 특히 바쁜 직장인들이 가볍게 배를 채우는 데 자주 선택하죠.
10. 치차론 (Chicharon)
치차론은 돼지껍질을 튀긴 바삭한 스낵으로, 소스 없이도 짭짤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합니다. 때때로 식초나 매운소스를 곁들이며, 맥주 안주로도 자주 등장합니다. 슈퍼마켓, 마트에서도 포장된 제품으로 판매되지만, 막 튀긴 길거리 버전이 가장 맛있습니다
필리핀의 길거리 음식은 단순한 간식을 넘어, 한 나라의 문화, 역사, 일상, 그리고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은 음식들입니다.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 포장마차에서 바나나 큐 하나를 집어 들고, 타호를 한 입 떠먹으며 현지인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감동은 몇 배로 깊어질 것입니다.